어린 시절, 제 기억 속의 아버지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서류가방을 들고.
아침에 출근하셨다가 깜깜한 시간에 돌아오셨죠.
아무리 늦게까지 야근을 한 날이라도
회식이나 경조사로 약주를 드셨더라도
다음 날 새벽이면 어김 없이 같은 모습으로 문을 나섰습니다.
그 시절 평범한 회사원 아버지셨지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나
언젠가 아버지 여름 휴가 때 가족 여행을 갔는데,
그 해 가족 여행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설악산도 가고, 해수욕장도 가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고-
너무 재미있어서 저와 언니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께 하루만 더 놀자고 떼를 썼지요.
사실 저희가 그런 부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서
내심 아빠가 들어주실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그 때 아버지의 그 곤란한 눈빛과 미안한 목소리를 지금도 기억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신이 난 딸들에게 안 된다고 타일러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더욱 아쉽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렇게 평생을 성실한 직장인으로 사시던 아버지에게 어느 날 시련이 찾아왔고,
입원과 수술을 반복하는 힘든 투병 중에 목소리 마저 잃으셨지만
남들이 감히 어둠 속이라고 생각했던 터널 속에서 아버지는 시를 찾으셨습니다.
저는 어쩐지 아버지의 시를 읽다보면
유난히 즐거웠던 여름 가족여행으로 자꾸만 돌아갑니다.
모래 사장처럼 따뜻한 시어 속에 몸을 파묻고 누워있으면
파도소리처럼, 아버지의 음성이 다시 들려옵니다.
아버지의 시어들은 어느 날 소나기처럼 쏟아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바다에서 아버지가 찾아 낸 것이겠지요.
그 바다에 도달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하시던대로, 목표한 곳으로 한 걸음씩 걷다 보니 정말 시인이 되셨어요.
저는 리아북스를 통해서, 매일 글을 쓰는 평범한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중 하나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습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설프고 부족하게, 첫 번째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