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뜨락

여섯시 오분

코로나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예민해진 탓도 있겠지만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이러다가는 성격이 이상해지겠다 싶어 ‘차라리 바보가 되어야지…’하고 다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주민이 “기운이 없어 보여요, 어디 아파요?”하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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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시 오분

 코로나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예민해진 탓도 있겠지만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이러다가는 성격이 이상해지겠다 싶어 ‘차라리 바보가 되어야지…’하고 다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주민이 “기운이 없어 보여요, 어디 아파요?”하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런데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게 아니라 순간 내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가며 반문하듯 “아뇨, 왜, 어디 아파 보여요?”하고 받아치고 말았다. 그냥 “나이를 먹어가니까 기운이 없네요.” 할 것을 금방 후회하면서도, 혹시 내가 진짜 어디가 아픈가 싶어 괜한 걱정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어깨가 아팠는데 오십견이겠지 하고 무심히 넘겼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고, 별명이 다람쥐라 할 만큼 날렵하고 민첩해서 ‘얄미운 친구’라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기에 자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니다. 어른들이 회갑잔치를 했다는 말을 들으면 ‘인생은 육십부터’라며 혼잣말을 웃음으로 버무렸는데 아프고 보니 뜻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제는 집안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할 만큼 목 디스크가 찾아 왔다. 아픈 어깨를 방치하자 목 근육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 온 몸을 꼼짝 못하게 했다. 행동이 굼뜨고 목을 잘 돌리지도 못하니 일상생활 하기도 버거웠다. 벼락이 때리자 이 때부터 치료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귀가 얇아져 마사지로, 지압으로, 재활의학과로, 통증클리닉으로, 한의원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해 보라는 대로 다 해보는 열성분자가 된 것이다. 수많은 지식에 몸서리를 치며 모두 해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하루는 남편이 점심을 먹자고 전화가 왔다. 맛있는 아구탕을 산다고 회사근처로 나오란다. 점심 먹고는 드라이브나 하자고 했다. ‘나한테 뭐 말 할 게 있나, 잘 못한 게 있나?’ 반신반의 하며 가는데, 멀리 멀리 통증재활의학과 병원 간판이 보였다. 그 동안 주사는 절대 안 맞겠다며 고집을 부렸는데, 신의 가호인지 의사 선생님의 주사는 효과가 있었다. 목 디스크가 거의 완치된 것이다.

 “여섯시 오 분 자세가 몸을 똑 바로 교정시켜 줄 겁니다.” 의사선생님이 덧붙여 당부한다. 육십년을 비뚤게 지냈으니 바로는 교정이 안 되겠지만 그 자세를 틈나는 대로 해보란다. 가르쳐준대로 온 힘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더니 이제 비뚤어진 몸이 많이 교정되었다.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어깨가 굽었어요, 걸음걸이가 이상해요.” 해도 “이야기 해주어 고마워요”하고 스스로 위로하며 넘기려고 한다. 노여움이나 짜증이 더는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가장 현명한 행동은 한 번 더 움직이고 한 번 더 웃으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무너질 듯 비스듬히 기울어 관광명소가 된 ‘피사의 사탑’을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가능하면 매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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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김선희

김선희 작가는 시인이자 수필가로, 1999년 월간문학공간에 수필로 등단하며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등단과 동시에 월간문학공간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2011년에는 시조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며 문학적 영역을 확장했고, 제4회 이영도시조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조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후 충남시인협회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문학적 성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시집 《종이새》(2010), 《숲에 관한 기억》(2014)을 비롯해 현대시조100인선 《늦은 편지》를 출간했으며, 《낮은 것이 길이다》는 세종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작 《올 것만 같다》는 시조시부문 우수상과 박종화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문학 활동 외에도 한국가톨릭문인협회 사무국장, 한국여성시조시인협회 사무국장, 열린시사랑회 회장, 시조세계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문학계 발전에 기여해왔습니다. 현재는 상암문학과 성산문학에서 작시법 강사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으며, 마포구민신문 기자로도 활동하며 일상과 문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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