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이야기
리아북스 작가들이 전하는 창작의 여정, 일상의 영감, 그리고 그림책에 대한 열정

#37.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읽다.
며칠 전 아내가 점심 약속이 있어 혼자 집에 있는데 얼마 전에 우리 집 근처로 이사온 둘째로부터 같이 점심 식사를 하자는 전화가 왔다. 아빠 혼자 식사할 것을 알고 배려하는 모양이다. 나는 오랜만에 첫 시집 출간 얘기도 할 겸, 흔쾌히 딸의 제의를 수락했다. 동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 딸애가 자기네 집에 가서 차나 한 잔 하자고 한다.


#36. 건배제의가 부담스러울 때
며칠 전 TV로 연예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출연한 여자 배우가 술잔을 들고 ‘9988 1234’라고 외쳤다. 동석한 서넛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다소 젊은 사람들이라 의미를 모르는 듯했다. 여배우가 웃으며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한 2~3일 아프고 죽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35. 고양이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다.
[ 1 ] 우리는 녀석을 까미라고 불렀다 도움닫기 한 번으로 책장을 뛰어오르던 용맹도 창밖 비둘기를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앞발을 치켜들던 위엄도 참치 캔을 든 아내 뒤를 따라 걷던 뒤태의 우아함도 없이 늘어져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녀석이 언제나 최상의 감각을 유지하던 꼬리는 소중한 자존심인양 길게 소파위에 늘어뜨리고 내가 본 복식호흡 중 최고였던, 그래...


#34. 비와 홍수, 그리고 트라우마
나에게 ‘ 비 ’ 특히 ‘ 장맛비 ’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2 개 있다 . 첫 번째는 내가 청소년기인 70 년대 초반의 음악 다방이다 . 그 시절 나는 비 오는 날이면 음악 다방에 눌러앉아 시간을 보내곤 했다 .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스스로의 모습은 당시 젊음의 낭만이었고 멋이었다 .


#33. 첫 시집 초고가 나오다.
딸애 집을 다녀온 아내가 두툼한 원고지 한 묶음을 내게 건내 준다. 리아북스 발행인인 사위가 시집 퇴고를 위해 출력한 원고를 보낸 것이다. 하얀 A4 원고 뭉치가 책의 모양을 갖추어 손에 두툼하게 잡힌다. 드디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나의 창작물이 나올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