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님, 날 풀리면 프로필 사진 찍으러 나가시죠.” 명절 연휴에 찾아온 사위가 저녁식사를 끝내며 말했다. 갑자기 뜬금없는 사위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딸 부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딸아이가 내 책에 들어갈 프로필 사진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겠다고 했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멋쩍게 웃어 넘겼다.


1월 15일. 아직 겨울이 한창인데 간밤에 큰 비가 왔다.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나들며 이번 주말까지 봄 기운이 계속될 거라는 일기예보다. 아무리 기후 변화가 심해도 벌써 봄이면 안 되지!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산책길을 나서려고 창 밖을 내다보니 어제 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안개가 자욱하다.


나는 여행을 가면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어온다. 인물사진은 물론이고 풍경이나 꽃, 나무, 동물 등 눈에 보이는 대로 가능한 많이 찍는다. 여행기간은 짧아도 2-3일 이상, 동행이 있으면 더 좋은 여행 사진이 나오는데, 그 사진들로 여행 후기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취미 중 하나이다. 내가 동영상을 알게 된 건 10여년 전 일이다.


오늘은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사람이 정한 1년의 끝날이다. 오늘이 끝날이고 내일은 또 다시 시작하는 1년의 첫날이다. 1년 365일. 고대 이집트인들이 밤하늘에 빛나는 시리우스(큰개별, 동양에서는 늑대별) 별이 태양과 함께 나란히 뜨는 날, 나일강이 범람하는 날로 관찰하고 이날을 초하루로 정했다고 한다.


기다리던 문예지가 왔다. 지난 9월에 한국 시학으로부터 원고 청탁이 있어 고민하다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시 2편을 보냈다. 그 시가 이번 겨울호에 실린다고 했다. 우체국용 대봉투를 급히 뜯었다. 책 표지에 존경하는 명사 시인들의 사진과 이름이 실려 있고, 내 이름도 그 옆에 나란히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