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의 프로젝트

#11. 화장(化粧)발

지난 주에는 목요일에 손녀를 유아원에서 하원 시켜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딸 아이 부부가 퇴근 후 우리 집에 와서 하루 자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 손녀-는 까만 눈이 똥그랗게 더 예뻐진 것 같다. 서툴지만 그림도 그리고, 아직 읽지는 못하지만 책 보는 자세가 똑똑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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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화장(化粧)발

지난 주에는 목요일에 손녀를 유아원에서 하원 시켜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딸 아이 부부가 퇴근 후 우리 집에 와서 하루 자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

손녀-는 까만 눈이 똥그랗게 더 예뻐진 것 같다.

서툴지만 그림도 그리고, 아직 읽지는 못하지만 책 보는 자세가 똑똑해 보인다.

특히 동화책 그림을 볼 때는 엄마가 읽어준 내용을 상상해 가면서 제법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이가 말과 표정, 동작을 하나씩 익혀 나가는 과정, 커가는 모습이 매주마다 확연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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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주 이메일로 보내는 늦깎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하던 차에 딸아이가 단톡방을 보란다.

독립출판사 리아북스 블로그가 11/20일에 만들어져 창립 공고와 함께 내 글이 1호~5호까지 게시되어 있다.

설레임을 누르며 1호부터 읽어 나갔다. 내가 쓴 글인데도 다소 생소한 느낌으로 읽혀진다.

​

그도 그럴 것이 중요 부분은 굵은 글자로, 주제나 핵심단어는 색상글자로 바꾸어 놓았다.

행간의 띄어쓰기나 줄 바꿈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혹시 내 원고와 내용도 달라졌나 싶어 원고와 대조해 보니 내용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런데도 보기 좋고 읽기가 쉬우며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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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꾸미기에 따라서 같은 내용도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하리라.

갑자기 어릴 때 쓰던 ‘화장빨’ 이란 말이 생각나, 속어이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며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화장(化粧)발’로 표기되어 ‘화장을 하여 실제보다 예쁘게 보이는 효과’라고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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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아직 서툴지만 시각적으로 변화를 주니까 문장이 화장이 되어 좋게 보이는 것이구나.

딸아이는 웃으며 ‘아빠가 글을 잘 써 주셔서 그런 거예요’ 라고 말해준다. 어쨌던 기분이 좋았다.

내 글을 보다 멋지게 만들어 준 딸애 부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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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글쓰기를 즐기면서 손녀 리아가 커 가듯이 나도 하루 하루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다소 늦더라도 천천히.

달리는 내게 말한다
숨차니 좀 천천히 가자고,
가끔씩 쉬어 가자고
이러다 내가 다치면
내 수발 들어 줄거냐고

나는 무시하고
달리고
계속 달렸다
달리다가 지름길이 있으면
진창이고 울타리고 가리지 않고
그 길로 내달았다

목발이 수발들고 있는 지금
내 수발(鬚髮)이
하얗게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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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강(春崗) 이종철

춘강(春崗) 이종철

1954년 김해 출생. 동국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우리은행에서 40여 년간 근무했다. 2022년, 68세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문학시대 신인상에 「다랭이논」 외 7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한국시학>, <문학시대> 등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023년 가을, 첫 시집 「바람처럼 갈 수 있으면」을 출간 예정이다. 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필치로 인간의 삶과 자연을 생생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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