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강(春江) 이종철
1954년 김해 출생. 동국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우리은행에서 40여 년간 근무했다. 2022년, 68세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문학시대 신인상에 「다랭이논」 외 7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한국시학>, <문학시대> 등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023년 가을, 첫 시집 「바람처럼 갈 수 있으면」을 출간 예정이다. 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필치로 인간의 삶과 자연을 생생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작가의 이야기
춘강(春江) 이종철 작가가 들려주는 생각과 경험

#17. 회의
“아버님, 날 풀리면 프로필 사진 찍으러 나가시죠.” 명절 연휴에 찾아온 사위가 저녁식사를 끝내며 말했다. 갑자기 뜬금없는 사위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딸 부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딸아이가 내 책에 들어갈 프로필 사진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겠다고 했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멋쩍게 웃어 넘겼다.

#16. 망우초-원추리꽃
1월 15일. 아직 겨울이 한창인데 간밤에 큰 비가 왔다.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나들며 이번 주말까지 봄 기운이 계속될 거라는 일기예보다. 아무리 기후 변화가 심해도 벌써 봄이면 안 되지!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산책길을 나서려고 창 밖을 내다보니 어제 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안개가 자욱하다.

#15. 동영상
나는 여행을 가면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어온다. 인물사진은 물론이고 풍경이나 꽃, 나무, 동물 등 눈에 보이는 대로 가능한 많이 찍는다. 여행기간은 짧아도 2-3일 이상, 동행이 있으면 더 좋은 여행 사진이 나오는데, 그 사진들로 여행 후기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취미 중 하나이다. 내가 동영상을 알게 된 건 10여년 전 일이다.

#14. 새해
오늘은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사람이 정한 1년의 끝날이다. 오늘이 끝날이고 내일은 또 다시 시작하는 1년의 첫날이다. 1년 365일. 고대 이집트인들이 밤하늘에 빛나는 시리우스(큰개별, 동양에서는 늑대별) 별이 태양과 함께 나란히 뜨는 날, 나일강이 범람하는 날로 관찰하고 이날을 초하루로 정했다고 한다.

#13. 눈 내리는 밤
기다리던 문예지가 왔다. 지난 9월에 한국 시학으로부터 원고 청탁이 있어 고민하다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시 2편을 보냈다. 그 시가 이번 겨울호에 실린다고 했다. 우체국용 대봉투를 급히 뜯었다. 책 표지에 존경하는 명사 시인들의 사진과 이름이 실려 있고, 내 이름도 그 옆에 나란히 새겨져 있다.

#12. 눈 오는 날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자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다. 산책로는 물론 이어진 산기슭과 잣나무 밤나무 할 것 없이 모든 나뭇가지가 흰 눈으로 덮혀 있다. 지난주 대설이 지나면서 눈 소식이 잦다. 오늘 밤에는 대설경보까지 내려졌다. 거실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포근하고 고즈넉하다. 이럴 때는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출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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